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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앞서가는 중소기업 CEO 장인화
글쓴이   관리자 이메일   fine@ficorea.com
등록날짜   2004-12-29 조회수   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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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인인터내셔날 회장,한국철강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산업자원부 ‘중소기업IT대상’ 수상)

글 권태동 월간중앙 기자 (taedong@joongang.co.kr)
부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지 10여 년만에 3개 회사에 10배 이상의 크기로 성장시킨 중소기업계의 다크호스. 업무통합관리시스템 ERP 도입으로 새로운 경영실험에 도전한 그의 포부 그리고 성공비결.



“내 경영의 키워드는 IT와 물류 그리고 도전입니다”

43세. 장인화(張仁華) 회장은 철강업계의 라이언 킹, 젊은 사자로 통한다. 먼저 도전하고 반드시 잡는다. 그는 전국 중소 철강업체의 연합체인 한국철강공업협동조합 소속 31개 회원사 중 최연소 CEO다.

(주)화인인터내셔날, (주)화인스틸•동일철강 등 자신이 오너로 있는 3개 기업에 업계에서는 최초로 ‘전사적(全社的)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적용, 정보통신기술(IT)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중소기업 IT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철강제품과 원자재의 국제 유통에 눈을 돌려 국경 없는 마케팅 노하우를 발휘하며 이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자본과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는 소신으로 자신의 3개 기업에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부친이 창업한 100억원대 매출의 철강기업을 10년 만에 1,300억원대 기업군(群)으로 키워 놓기도 했다. 다양한 진기록을 세우며 파죽지세로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이끌어온 그는 보수적인 철강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최연소 CEO이면서도 회원사 만장일치로 2002년 10월 철강조합 이사장에 추대됐다.

장회장이 철강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동일철강에 입사하면서부터. 동일철강은 1967년 부친(張榮壽•80)이 설립한 회사로, 볼트•너트 등을 만드는 원재료인 봉강(棒鋼), 육각•사각•환봉(環棒) 등 공업용 소재 메이커다. 경남고•동아대를 나온 장회장은 동일철강에서 경리사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경영수업이었던 셈입니다. 경리사원으로 출발한 것은 자금의 흐름을 먼저 배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업에서 자금이 어떻게 돌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익히고 나서 영업•생산•총무 등 전반적인 분야를 섭렵했습니다. 여러 업무 분야를 죽 돌면서 또 차츰 철강업계 사정을 알게 되면서 두 가지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제품을 열심히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 노하우를 갖지 못하면 안 되겠구나, 또 다른 하나는 제품이든 원자재든 물류를 잡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친이 경영을 지휘했던 1990년대 초까지, 이른바 제1세대 경영 방침은 대단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것이었다. 동일철강은 창업 이후 근 10년여 동안 매출규모가 100억원대를 유지했다. 매출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이 130억원. 이 같은 상황에서 장회장이 1992년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부친에게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물류에 관심을 가졌던 장회장은 취임 이후 동일철강 제품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한편 유통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취임했을 때부터 매출액을 크게 늘려 나갔습니다. 종래 100억원대이던 매출이 1996년 무렵에는 370억원대까지 올랐습니다. 그 때까지 동일철강의 설비를 풀가동해도 최대 매출액은 180억원대였습니다.

나머지 200억원대 매출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원자재 유통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조쪽은 기술력과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을 늘려 나가고 전에 손대지 않았던 철강(원자재) 물류쪽으로 영역을 넓혀 거기서도 매출을 올린 겁니다. 우리가 직접 외국에 나가 원자재를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유통이 그만큼 사업성이 크고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동일철강 사원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이후 줄곧 유통쪽으로 공부하고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철강 유통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사업의 확장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문화 효과도 같이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전공’ 벗어나지 않은 사업 확장

경영을 맡은 지 4년 만인 1996년에는 이윽고 유통쪽 회사를 설립했다. 바로 (주)화인인터내셔날이다. 철강 제품의 수출입과 원자재 유통을 전담하는 사업체다. 자신의 이름을 역순으로 한 상호이고 영어로는 ‘좋다’는 의미의 ‘Fine’도 된다.

제조와 유통을 겸비한 장회장은 한편으로는 동일철강을 풀가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 마케팅에 매달렸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달에 보름은 중국•일본•러시아•베트남 등 해외로 뛰어다녔다.

“철강은 원자재 의존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가격으로 원자재를 확보하느냐가 결정되면 벌써 거기서 이익과 손실이 어느 정도다 하는 것이 대충 그려질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원자재를 가져오는가, 나아가 언제 어디에서 그것을 판매할 것인가를 가급적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외국 산지에서 원자재를 수입한다고 해서 꼭 국내 시장에만 그것을 판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은 국내도 되고 인근 국가도 됩니다. 원자재 구매든 판매든 가장 적절한 시기, 가장 적절한 가격, 가장 적절한 상황에 있는 대상을 발견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바로 이 분야의 경쟁력이고 노하우입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뛰어야 선점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우리의 경우 중국의 H형강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물류를 잡아야 한다”는 장회장의 감각과 거침없이 이 분야에 뛰어든 도전적인 액션은 적중했다. (주)화인인터내셔날은 설립한 지 8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연간 600억원대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체로 성장했다.

부친이 설립하고 자신이 경영중인 동일철강의 매출규모(250억원대)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다. 장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듭 사업을 확장했다. 물론 이 또한 확장이기는 하지만 철강업종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IMF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 부산의 H철강 공장의 자산과 인원을 합병, 새로운 법인을 세웠다. 2000년도에 설립한 (주)화인스틸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장회장은 기존 동일철강에서 공업용 철강 소재를, 신설 화인스틸에서 건축용 철강 소재를 생산하는 것으로 각기 특화(特化)하고, 화인인터내셔날에서 철강 제품 및 원자재의 수출입과 물류를 맡게 해 철강업의 삼각대오(三角隊伍)를 형성한 형국이다.

과감히 IT경영에 나서다


장인화 회장이 창업, 8년 만에 연간 600억원대 매출규모를 기록하며 역량을 보여준 (주)화인인터내셔날 전경.


이들 3개 기업의 통합 매출액을 합치면 2004년 3월 현재 1,300억원대. 3개사 중 최대 매출규모인 화인인터내셔날이 600억원대를 상회하고 화인스틸이 250억원대에 이른다. 동일철강도 130억원대다.

1대에서 시작한 철강업이 2대에 들어와 전문성을 놓지 않은 확장을 거듭해 불과 10년여 만에 1대의 10배에 해당하는 크기로 성장시켰다. 이를 거칠게 단순화해 줄여 말하면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장회장의 중간성적표인 셈이다.

2002년 장회장은 거듭 새로운 경영실험에 도전했다. IT 경영이다. 3개사 모두에 ERP를 적용해 투명경영을 시도한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ERP는 기업에서 생산•자재•영업•인사•회계 등의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재고 조사와 관리는 물론 필요한 생산량, 생산 일정, 고객의 수요예측 등 기업내 모든 부서가 필요한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알아보고 즉각 대응이 가능한 체제다. 한 마디로 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프로그램이요, 시스템이다.

“2억5,000만원 이상 투자했는데 투자한 비용이 크든 작든 그것을 3개사에 동시에 적용하고, 직원들을 거기에 적응시키고 하는 데 석 달 이상 걸렸습니다. 다행히 직원들도 적응을 잘 하고 당초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해 경영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기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아도 공정하고 투명한, 말 그대로 공개된 경영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회사의 신뢰도도 높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금 철강업계는 물론 여타 업종의 기업들에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ERP 적용 1년여 동안의 성과를 장회장은 이렇게 돌아본다. 산업자원부로부터 중소기업IT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그는 “남들보다 먼저 과감하게 IT경영을 채택하고 또 그것을 잘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아 패기만만이지만 그 자신도 그 동안, 일반적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이 안고 있는 인력, 자금, 대기업과의 불균형한 관계 등 극복해야 할 시련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떠안아야 했던 문제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인력과 대기업 관계입니다.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고 붙들어 놓기도 어렵습니다. 세세한 방법론을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주와 직원들 간의 신뢰와 정(情)이다, 그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깔려 있느냐, 그것으로 인력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하고 저 역시 그렇게 해 왔습니다. 문제는 대기업과 어떻게 관계를 가져가느냐, 참 힘든 일입니다. 당장 대기업과 윈-윈이다, 공생이다 그런 의견을 나눌 창구나 통로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대기업이 먼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우리 대기업들 부채비율이 얼마입니까. 그게 다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소기업을 돕고 그러면서 공생하고 하는 쪽으로 대기업들이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도 그렇지만 대기업도 중소기업이 궁극적으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정부와의 수의계약 등에 너무 기대지 말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 비결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력을 키우고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야 할 겁니다.”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자신의 기업을 통해 이룬 그간의 실험 결과와 성공 경험들에 힘입어 그는 철강업계가 안고 있는 어려움들을 타개할 차세대 경영자로 지목됐다. 만장일치로 철강조합 이사장에 추대된 것이다.

“노래방에서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겁내는데, 일이다 하면 맨 앞으로 뛰어나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점들을 잘 봐 주셔서 책임을 맡겨 주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철강산업쪽을 보면 원자재 공동 구매 문제나 판로 확보를 위한 기업간 컨소시엄 형성 등 시급한 일들이 많습니다.”

중소 철강기업들의 현안으로 얘기가 이어진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대기업이 할 부분이 있고 중소기업이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철근•형강 등 주로 건축용 소재쪽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겹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고 또 바라는 바지만, 대기업은 자기 분야에서 첨단으로 가거나 설비투자 부문에서 큰사업 중심으로 가고, 중소기업은 소량다품종으로 각자 그런 방향으로 특화해 나가야 마땅합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이제 별로 신통한 품목이 아닌데 대기업이 그런 것까지 움켜쥐고 앉아서 시장을 좌우하려고 욕심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기 이해에 따른 어떤 의견이나 주장이 있다고 해도 결국 큰 틀은 윈-윈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고 원칙일 것입니다.”

일찌감치 ERP 시스템을 운용하고, 회사를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구축한 덕분에 장회장은 상대적으로 사회활동에 좀더 여유를 갖게 됐다. 동일철강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장회장은 한국자유총연맹 부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부산시육상연맹 부회장, 부산시축구협회 부회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장애인사격연맹 제4대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장애인사격연맹은 정신스포츠인 사격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찾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활을 돕기 위해 조직된 순수한 아마추어 단체.

“단순히 단체의 연간 예산 얼마를 지원하고 그러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굴러가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제가 그런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애를 써서 좀더 대중적이고 세력이 큰 종목의 단체장을 맡으려고 했을 겁니다. 마침 이런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분명한 것은 제가 만약 일반인 사격연맹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했으면 결코 그렇게 안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사격연맹은 그 모임의 의미와 가치가 다릅니다. 130만명의 장애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장애인사격연맹 가족 후원의 밤 행사를 가진 자리에서 장회장은 “이 단체가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 사단법인화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젊은 사자의 또 다른 이면이다.

2004년 1월 27일